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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로 버티다가 결국 회계 프로그램에 손을 댔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노트북 하나면 충분할 줄 알았다. 엑셀 시트 몇 개 만들어두고 매일 저녁마다 그날 매출이랑 현금 지출 내역을 정리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정말 피말리게 한다. 처음 두세 달은 재미도 있었다. 칸을 채우고 합계를 내고 나면 그럭저럭 관리가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런데 세금 계산서 발행할 일이 생기고, 거래처에서 거래명세서 프로그램 같은 걸 쓰냐고 물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묘하게 불안해지더라.

엑셀 칸 채우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매달 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비가 있다. 소득세 계산도 그렇고, 특히 부가세 신고 기간이 다가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예전에 지인 중에 회계관리 1급 자격증 공부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대단하네’ 하고 넘겼다. 정작 내가 닥쳐보니 이게 공부를 해야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증빙 자료를 하나하나 다 맞춰보는 노동이더라. 영수증 뭉치를 펼쳐놓고 엑셀에 입력하다 보면 밤 11시가 넘기 일쑤다. 이럴 때마다 누가 옆에서 ‘그냥 관리 프로그램 하나 써’라고 하는데, 사실 그 비용도 매달 나가는 거라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무료 툴과 유료 서비스 사이의 방황

한번은 국세청 간편장부 프로그램을 써보려고 시도했다. 공짜니까 좋긴 한데, 이게 생각보다 인터페이스가 친절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가 안 나오니 결국 다시 엑셀로 돌아와서 편집을 하게 되더라. 결국 매달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하는 유료 매출관리프로그램을 몇 군데 알아봤다. 사실 이게 대단한 자금일보를 써보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나 대신 부가세 자료 좀 자동으로 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근데 막상 써보니 기능은 많은데 내가 활용을 못 해서 낭비하는 기분도 들고, 오히려 초기 세팅하는 데만 사흘은 꼬박 걸린 것 같다.

IFRS니 ESG니 하는 말들의 거리감

뉴스를 보면 대기업들은 IFRS 기준에 맞춰서 뭘 바꾸고, 이사회에서 ESG 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난리다. 그런 거랑 내 가게 장부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가끔 뉴스나 기사를 보면 마치 모든 사업자가 이런 걸 다 알아야 하는 것처럼 쓰여 있을 때가 있다. 기후 공시니 뭐니 하는 거창한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당장 내일 나갈 원재료비랑 인건비 맞추는 것조차 벅찬 현실이 더 아득하게 느껴진다. 회계라는 게 결국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기록하는 건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들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자격증 공부라도 해서 이 시스템 자체를 통달해버릴까 싶다가도, 시험 접수해놓고 사정이 생겨 미응시했던 지인의 후기를 보면 그냥 포기하게 된다. 그 에너지를 차라리 손님 한 명 더 받는 데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돈을 쓴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에 가입했지만, 완벽하게 편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수기로 입력해야 할 부분은 있고, 가끔 프로그램이 내 마음대로 안 돌아가서 고객센터랑 씨름하는 날도 있다. 차라리 엑셀 시절이 더 마음은 편했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경영지도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지만, 그것 또한 사람을 부르는 거라 비용적인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요즘은 그냥 이 정도 선에서 타협 중이다. 완벽한 장부 정리는 포기하고, 적어도 세무서에서 연락 와서 당황하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남겨두자는 마음이다. 그게 과연 맞는 방향인지, 아니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 들어온 매출부터 엑셀에 다시 옮겨 적고 나면,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고민해볼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엑셀로 버티다가 결국 회계 프로그램에 손을 댔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엑셀로 버티다가 결국 회계 프로그램에 손을 댔다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 그런지 정말 공감되네요. 처음에는 엑셀이 충분했는데, 점점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더 정신없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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