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야심 차게 홈택스 로그인부터 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책상 앞에 앉아서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1월 부가세 신고 기간이 다가오면 다들 그렇겠지만, 올해는 정말 직접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작년에 주변에서 간편장부 프로그램을 쓰면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만 원을 결제해서 가입도 해뒀다. 예전에는 종이세금계산서 양식을 일일이 출력해서 보관하곤 했는데, 이제는 전자적으로 다 처리가 되니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로그인을 하고 매출 내역을 불러오니 화면에 뜨는 숫자들은 왜 이렇게 낯선지 모르겠다.
매입 내역 분류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문제는 매출보다 매입이었다. 사업을 하면서 쓴 비용들을 하나하나 분류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나게 잡아먹힌다. 거래처에서 받은 세금계산서랑 내가 개인적으로 쓴 카드를 구분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특히 임대사업자 부가세 신고는 주택인지 상가인지에 따라 공제 항목이 갈리는데, 이걸 일일이 확인하다 보면 눈이 침침해진다. 중간에 밥이라도 한 끼 사 먹고 결제한 내역이 섞여 있으면 이건 공제가 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내 사비로 처리해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어떤 항목은 작년에 200만 원 정도 지원받았던 시설 개선비와 관련이 있어서 이게 과세인지 면세인지 헷갈려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세무서 직원의 한숨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결국 스스로 하겠다는 다짐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관할 세무서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담원분은 ‘홈택스 첫 화면에 있는 메뉴를 확인하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마 하루에도 수백 명씩 나 같은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하겠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미세한 한숨 소리에 괜히 죄송해져서 그냥 전화를 끊었다. 내 옆에 있던 종이 영수증들은 이미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이걸 다 입력하자니 차라리 인건비를 주고 맡기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사실 세법이라는 게 매번 바뀌어서 작년 기준만 믿고 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이 최신 업데이트가 된 건지도 확신이 안 선다.
간편장부와 세무대리 사이의 딜레마
간편장부 프로그램은 확실히 잘 만들어져 있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데이터를 넣는 사람이 나라는 점이다. 내가 잘못 입력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가산세로 돌아올 텐데, 그 부담감을 5만 원 정도의 이용료로 퉁치기에는 내 멘탈이 너무 약하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세무사를 쓰자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내 사업 규모가 그 정도를 써야 하는 상황인가 싶기도 하다. 그냥 월세 좀 내고 소소하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행정적인 업무가 본업보다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일용직 신고할 때도 느꼈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건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나중에는 부가세 환급받을 돈보다 내가 쓴 시간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마무리하고 말았다. 제대로 된 건지 지금도 불안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신고는 어떻게든 버튼을 눌러서 완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속이 시원하지가 않다. 나중에 세무서에서 연락이 와서 ‘금액이 틀렸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소액 결제 내역이나 정보이용료 같은 것들을 다 조회할 수 있는데, 이런 작은 금액들이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지우지도 못하고 캡처해서 폴더에 모아두기만 했다. 남들은 뚝딱 잘만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헤매는 건지, 아니면 다들 겉으로만 쿨한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올해는 이렇게 넘어갔지만, 내년에는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마음 편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막상 돈 나가야 할 상황이 오면 다시 엑셀 창을 띄울 것만 같다.

거래처 세금계산서랑 카드 구분하는 게 정말 골치 아프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