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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님과 첫 통화 이후로 서류 더미가 쌓여만 간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세무 처리는 그저 앱 하나 설치해서 몇 번 클릭하면 끝나는 단순한 일인 줄 알았다. 특히 부가세 신고 기간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알림톡 때문에 더 그렇게 믿게 된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간이과세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대충 홈택스 들어가서 매출액 조금 적고, 매입 조금 적어 넣으면 끝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런데 올해부터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확히 짚어내기도 어려울 만큼 복잡한 서류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작정 연락해본 세무사 사무실

결국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서 부천 세무사 사무실 몇 군데를 검색해봤다. 비용이 참 천차만별이었다. 월 기장료는 대략 10만 원에서 15만 원 선이라고 하던데, 막상 전화를 돌려보니 매출 규모나 업종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다고 해서 괜히 찜찜했다. 어떤 곳은 꼼꼼하게 다 챙겨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막상 상담해보니 내 상황을 설명하는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용인이나 거제 쪽에도 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 있었지만, 결국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내 업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아 동네 근처로 타협했다. 비용은 생각보다 컸다. 한 달에 몇만 원 아껴보겠다고 끙끙대다가 나중에 가산세 폭탄 맞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으면서도, 막상 매달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법인카드와 개인 비용의 모호한 경계

가장 골치 아픈 건 역시 카드 사용 내역이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매달 카드 사용 내역을 엑셀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하는데, 이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사업용으로 쓴 건지, 개인적으로 쓴 건지 구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거래처 사람들과 밥을 먹으면서 쓴 카드는 당연히 비용 처리가 되지만, 늦은 밤에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 생수나 간식거리는 어찌해야 할지 매번 고민된다. 세무사님은 대충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된다고 하시는데, 이게 ‘업무 관련성’이라는 게 참 주관적이다. 작년에 통신비 환급금이 들어왔을 때도 이게 매출로 잡히는 건지, 그냥 단순 환급인지 확인하느라 며칠을 소비했다. LG유플러스 같은 데서 소상공인 요금제를 쓰면 월 3,300원 정도 더 내고 200M 인터넷을 쓰는데, 이런 작은 지출까지 다 하나하나 챙기려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인증서 갱신과 갑작스러운 에러

지난주에는 법인 인증서 갱신 때문에 아침부터 진땀을 뺐다. 공인인증서 폐지니 뭐니 해도 여전히 사업용 계좌나 홈택스 로그인할 때는 필수적이다. 만료되기 며칠 전에 미리 해두려고 했는데, 브라우저 환경이 안 맞는 건지 자꾸 설치하라는 플러그인만 수십 개다. 겨우 갱신했나 싶더니 또 뭐가 문제인지 로그인이 안 돼서 한 시간을 낭비했다. 이런 사소한 기술적 문제들이 쌓이다 보니 내가 사업을 하러 온 건지, 아니면 세무 대행 업무를 배우러 온 건지 정체성이 흔들릴 때가 많다. 누구는 세무사 쓰면 세상 편하다고 하던데, 나는 여전히 매달 며칠씩은 세금 문제로 밤을 새우고 있다.

환급은 생각보다 멀리 있다

뉴스 보면 어디는 적극 행정으로 1억 넘게 부가세 환급받았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내 경우에는 환급은커녕 내야 할 세금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경정청구라는 게 있던데, 그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꿈도 안 꾼다. 주변에서는 나중에 매출 좀 더 커지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라는데, 지금 당장 눈앞의 부가세 신고서 한 장 채우는 게 더 급하다. 예전에는 그냥 ‘세금은 내는 거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덜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다. 특히 카드 매출이 잡히는 시점과 실제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시점 사이의 차이 때문에 현금 흐름이 꼬일 때마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결국 세무사 사무실에 모든 자료를 넘기고 나면 한동안은 잊고 지낸다. 하지만 다음 달이 되면 또 어김없이 카드 명세서를 뒤져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힌다. 내가 제대로 비용 처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놓치고 있는 공제 항목이 있는 건지 여전히 확신이 없다. 세무사님이 알아서 해주겠지 싶으면서도, 나중에 국세청에서 뭐 하나라도 소명하라는 연락이 오면 결국 내가 다 해명해야 할 것 같아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나중에 내 사업에 어떤 도움이 될지, 아니면 그냥 시간 낭비일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세금 관련 서류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겠지. 딱히 결론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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