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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로 버티다 결국 복식부기 프로그램에 손을 댔다

엑셀 시트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의 막막함

사업 초기에는 그냥 엑셀 파일 하나면 충분했다. 날짜 적고, 거래처 이름 쓰고, 입금된 금액이랑 나간 돈 정리하면 그게 회계장부인 줄 알았다. 그때는 매출이 복잡하지도 않았고, 세금계산서도 몇 장 안 되니까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해를 거듭할수록 꼬이기 시작하더라. 거래처는 늘어나고, 현금으로 주고받은 돈은 현금출납부에 따로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나서 매번 통장을 대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은 잔액이 안 맞아서 몇 시간 동안 씨름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분명히 돈은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영수증은 구석에 쌓여만 가고.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회계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너무 거창한 건 부담스럽고 간편한 건 불안하고

지인들은 무조건 처음부터 복식부기 프로그램을 쓰라고 했다. 나중에 세무조사라도 나오면 골치 아프다면서.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이름만 들어도 아는 복식부기 프로그램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월 사용료가 5만 원에서 10만 원씩 나가는 것도 부담인데, 더 큰 문제는 내가 그걸 다 다룰 줄 모른다는 거였다. 차변 대변 개념도 희미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이지키핑이나 다른 중소기업용 경리회계프로그램들을 기웃거리며 무료 체험판을 깔아봤는데, 설치하고 나니 설정할 게 왜 이렇게 많은지. 계정과목 설정부터 시작해서 기초 잔액 입력까지, 오히려 엑셀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아서 몇 번을 삭제했다가 다시 깔았는지 모른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겠기에 시작한 장부 정리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간편장부 형태로 정리를 시작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제공하는 표준 양식을 내려받아 썼는데, 이게 생각보다 불편하다. 거래명세서를 하나하나 옮겨 적는 것도 일이고, 가끔 견적서 내용이랑 실제 입금액이 다를 때마다 다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누구는 AI가 자동으로 다 해준다는데, 그건 아주 큰 기업이나 하는 소리 같고 나 같은 영세 사업자는 여전히 수동으로 숫자를 쳐 넣어야 한다. 현금보관증 양식 하나 찾아서 채워 넣는 것도 매번 검색해야 하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항상 찜찜함이 남는다. 가끔은 그냥 세무사 사무실에 다 맡기고 신경 끄고 싶다가도, 그 비용이면 차라리 직접 공부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또 며칠을 장부와 싸운다.

연차 개수 계산하다가 꼬여버린 머릿속

장부 정리하다가 딴길로 새는 일도 부지기수다. 직원 연차 개수 계산하는 게 장부보다 더 골치 아플 때가 많다. 근로기준법 바뀌었다고 해서 예전 방식대로 하면 안 된다는데, 입사일 기준으로 따지다가 회계연도 기준으로 바꾸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이런 실무적인 문제들은 프로그램이 해결해주지 않더라. 결국 엑셀 시트를 다시 켜서 나만의 계산기를 만들게 된다. 세금 신고 기간이 다가오면 이 모든 게 다 짐처럼 느껴진다. 재무제표라는 거창한 단어가 내 장부랑 연결될 때는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한다. 이게 사업을 하는 건지, 매일 숫자랑 씨름하는 경리 직원이 된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들

지금도 장부는 완벽하지 않다. 대충 흐름만 맞으면 넘어가고, 애매한 지출은 기타 비용으로 뭉뚱그려 처리하기도 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다시 정리하자는 마음이 크다. 전문적인 회계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달 큰돈을 들여서 컨설팅을 받을 상황도 아니니까. 가끔 커뮤니티에 올라온 엉터리 장부로 투자를 받았다는 뉴스나, 정산 자료를 안 줘서 소송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보면 남 일 같지가 않다. 나도 나중에 규모가 커지면 이런 문제에 휘말릴까 봐 걱정되긴 하지만, 당장 내일 처리해야 할 세금 계산서랑 거래명세서 정리하는 게 더 급하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책임은 내가 지는 거니까, 오늘도 퇴근을 못 하고 다시 엑셀 파일을 띄운다.

“엑셀로 버티다 결국 복식부기 프로그램에 손을 댔다”에 대한 4개의 생각

  1. 표준 양식 쓰다가 또 겪는 불편함, 저도 비슷한 경험 몇 번 겪어봐서 그 답답함 잘 와 닿네요. 특히 견적서랑 실제 금액이 안 맞을 때 진짜 당황스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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