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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로 부가세 신고하려다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개인사업자 등록 후 처음으로 맞닥뜨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기간

개업하고 첫 몇 달은 그냥 정신없이 흘러갔다. 매출도 별로 없었고, 거래처 관리하랴 물건 떼어오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세금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7월이 되니까 우편함에 부가가치세확정신고를 하라는 안내문이 꽂혀 있었다. 주변에서 사업하는 선배들은 다들 그냥 처음부터 세무사한테 맡겨야 속이 편하다고 조언해 줬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사업자 입장에서는 몇만 원 나가는 것도 무척 아까웠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요새는 홈택스가 잘 되어 있어서 혼자서 부과세신고를 쉽게 끝냈다는 후기들이 넘쳐났다. 나도 그런 글들을 보며 굳이 돈 쓸 필요 없이 저녁에 한두 시간 짬을 내서 끝내버려야겠다고 쉽게 마음을 먹었다. 그게 고생길의 시작인 줄은 전혀 모른 채 말이다.

홈택스 직접 신고를 시도하며 겪은 범용공동인증서 발급의 번거로움

노트북을 켜고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평소에 쓰던 개인 공동인증서나 간편인증으로는 사업자 세금신고 메뉴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이나 제대로 된 세무 업무를 처리하려면 결국 기업용 혹은 사업자용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는 팝업이 떴다. 주거래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법인인증서발급 메뉴를 한참 동안 뒤적거렸다. 발급 수수료 4,400원을 내고,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찾아내서 인증서를 컴퓨터에 내려받는 데만 거의 한 시간이 흘렀다. 이 4,400원짜리 인증서 하나 발급받는 과정조차 메뉴가 너무 복잡해서 몇 번이나 에러 창을 마주해야 했다. 청년창업감면 대상자가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감면 신청 메뉴를 눌렀을 때도, 보안 프로그램 설치 오류 때문에 브라우저가 강제로 꺼지는 상황을 몇 번 겪고 나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세금계산서 누락분과 부가세계산방법을 찾아보며 느낀 복잡함

로그인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매출과 매입 자료를 불러왔다. 카드로 긁은 비용들은 자동으로 집계되는 듯했으나, 문제는 거래처에서 종이로 끊어준 세금계산서 몇 장이었다. 홈택스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종이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는 직접 수기로 공급가액과 부가세를 나누어 입력해야 했다. 부가세계산방법을 인터넷으로 급하게 검색해 가면서 소수점과 단수 차이로 생기는 몇 십 원짜리 금액 오류를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원천세계산기 같은 서식도 다운받아 써보고 엑셀에 수식을 넣어 두드려 봤지만, 내가 입력한 수치가 세법 기준에 맞게 정확히 들어간 건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지난달에 받은 자잘한 소상공인 관련 지원금이나 중소기업지원금 같은 항목들이 혹시 과세 대상 매출에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제외해야 하는지 안내문을 읽어봐도 문장이 너무 난해해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무대리인 기장 비용과 셀프 신고의 기회비용 비교

결국 모르는 부분이 꼬리를 물자 짜증이 나서 동네 세무사 사무실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대략적인 세무기장비용을 물어보니, 개인사업자의 경우 보통 매달 10만 원에서 15만 원 안팎이라고 했다. 1년에 두 번 있는 부가세 신고만 단발성으로 대행을 맡길 때는 10만 원 정도를 부르는 곳도 있었다. 매달 나가는 세무기장비용은 내 작은 매출 규모에 비해 꽤 무거운 지출이었기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고생하면서 날리는 시간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그리고 행여나 잘못 신고해서 나중에 물게 될 가산세 위험을 생각하면 대행비 10만 원이 결코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시간은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오늘 내로 신고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신고는 마쳤지만 여전히 찜찜하게 남은 가산세에 대한 불안감

결국 세무사를 쓰지 않고 밤새 포털 사이트 지식인과 블로그를 뒤져가며 겨우 신고서 작성을 끝마쳤다. 마지막 화면에서 최종 제출 버튼을 누르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나왔다. 가상계좌로 찍힌 세금을 일단 납부하긴 했는데, 공제받지 말아야 할 항목을 공제받은 것은 아닌지 아니면 오히려 공제받을 수 있는 걸 놓친 건지 전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낮에 마포세무서 담당 부서에 전화를 몇 번이나 해봤지만 통화량이 많다며 신호음만 가다 끊기기 일쑤였다. 세금을 내고도 발 뻗고 자지 못하고, 몇 달 뒤에 불성실 신고로 수정신고 고지서가 날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음 부가세 신고 기간에는 차라리 몇만 원 더 쓰더라도 대행을 맡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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