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통지서가 날아오면 갑자기 작아지는 기분
며칠 전 우편함을 확인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서류 한 장을 발견했다.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이다. 사실 나는 세무 쪽은 정말 젬병이다. 그냥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금융소득종합과세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컸다. 은행 계좌에 쌓여있던 작은 이자 수익들이 모여서 이렇게 나를 귀찮게 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홈택스 들어가면 다 나오는 거 아니냐며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로그인을 해보니 내가 무슨 소득이 어디서 얼마나 발생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작년에 배당금 좀 받겠다고 샀던 몇몇 ETF들이 문제였던 것 같다. 특히 커버드콜 전략을 쓴다는 상품들을 몇 개 담아놨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분배율이 높아서 내 금융소득 합계를 묘하게 올려놓은 모양이다.
1조 원이 넘었다는 ETF 소식과 내 통장의 온도 차
뉴스를 보니 KB자산운용의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 같은 상품들이 순자산 1조 원을 넘겼다느니, 연 분배율이 18%대라느니 하는 화려한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다들 그런 상품으로 수익을 잘만 내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세금 걱정부터 앞서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상품들이 과세 측면에서 무조건 유리한 건지, 아니면 오히려 내 종합과세 구간만 높이는 건지 따져보기가 너무 복잡하다.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정말 머리가 아파진다. 배우자나 성인 가족 명의로 자산을 분산하라는 식의 이야기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뻔한 소리지만, 현실에서 그걸 실행하려면 자금 출처부터 증여세 문제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증여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삼양식품 사례처럼 부담부증여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세법이 유연해졌다고는 하는데, 그 유연함이 나 같은 일반인에게도 닿는 건지는 의문이다.
대출과 절세 사이에서 길을 잃다
최근에는 기업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사내 결혼 커플들을 위한 맞춤형 절세 전략이라는 광고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솔직히 말하면 1대1 대화 신청을 해볼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상담 비용이 꽤 비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보통 제대로 된 세무 상담 한번 받으려면 적게는 20~3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도 나간다고 들었다. 내 소득 규모가 그만큼 큰 건지조차 스스로 확신이 안 서는데, 돈을 써가며 상담을 받는 게 맞나 싶어 망설여진다. 그냥 대충 신고하고 나중에 가산세나 안 나오면 다행일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세무사 사무실이라도 찾아가서 5월이 다 가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 자체가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서류를 덮어버리기엔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라는 또 다른 산
금융소득만 신경 쓰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도 눈여겨봐야 한단다. 연중 어느 하루라도 잔액이 5억 원을 넘으면 신고해야 한다는데, 사실 나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 같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은 남는다. 세상이 자꾸 복잡해지고, 금융 상품들은 갈수록 정교해지는데 정작 세금 처리는 여전히 개인이 직접 챙겨야 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가업승계까지 거론되는 거창한 뉴스들을 보면 나와는 먼 세상 이야기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중에 나이가 더 들었을 때 내 자산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홈택스 화면을 띄워놓고는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가물가물해 하다가 결국 창을 닫아버렸다. 내일 다시 확인하면 좀 나을까, 아니면 이 상태로 며칠을 더 미루게 될까. 정답이 없다는 게 제일 답답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