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월 매출 찍히는 거 보고 좋아했다가 부가세 고지서 보고 멍해졌다

통장 잔고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

사업 시작하고 나서 매출이 조금씩 오를 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참 만만해 보였다. 월 매출이 4천만 원을 넘어가기 시작하니까 ‘아, 이제 좀 자리가 잡히나 보다’ 싶어서 들떴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부가세 신고 기간이 다가오니까 상황이 확 달라졌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연락이 오고, 내가 정리해둔 매출과 매입 자료를 넘겼는데, 막판에 나온 세액이 내 예상 범위를 훨씬 넘어가 버린 거다. 사실 매출이 들어오면 그게 다 내 돈인 줄 알았지, 그 안에 부가세가 섞여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몸으로는 체감을 못 했던 것 같다. 800만 원짜리 고지서를 처음 받았을 때의 그 멍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분명히 나는 열심히 팔았는데, 왜 남는 게 이거밖에 없지 하는 허탈함이 확 밀려왔다.

세무대리인을 끼는 게 맞나 싶었던 순간들

처음에는 이재희 세무사 같은 분들에게 맡길까 고민도 했다. 주변 사장님들은 다들 기장료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 매달 나가는 거 그냥 보험료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근데 막상 그 돈을 매달 내려고 하니 또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 몇 번은 셀프로 해볼까 싶어서 홈택스 들여다보다가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매입 매출 증빙하는 게 한두 건도 아니고, 무슨 전산회계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는 건지 싶더라. 결국 스트레스받느니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결론을 내렸는데, 막상 상담 비용이나 수수료 나가는 것까지 고려하면 내가 도대체 장사를 하는 건지 세금을 내려고 출근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현금 장사가 왜 위험한지 체감하게 된 이유

요즘 러시아나 다른 나라들 뉴스 보면 현금 결제 유도하고 매출 축소 신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우리 가게 주변만 봐도 그런 유혹이 없는 건 아니다. 솔직히 부가세 한번 크게 맞고 나면 ‘아, 카드 말고 현금 받으면 이 세금 줄어드나?’ 싶은 생각이 1초 정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조금씩 알게 됐다. 나중에 대출을 받거나 가게를 확장할 때 매출 기록이 없으면 그냥 투명 인간 취급받는 거니까. 소방관이나 공무원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댓글을 어제 봤는데, 나도 세금 낼 때는 화가 나다가도 막상 내 권리를 주장할 때는 또 세금이 필요하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매출 1억 찍어도 망한다는 말의 무서운 진실

요즘 폐업하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다. 예전에는 남의 일 같았는데, 이제는 그게 그냥 숫자 이상으로 다가온다. 매출이 1억이 찍히면 뭐 하나, 들어가는 비용 다 떼고 세금 떼고 나면 정작 사장 손에 쥐어지는 건 월급쟁이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라. 나도 처음에는 멋모르고 매출 숫자만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그냥 무사히 부가세 신고 기간 넘기는 게 목표가 됐다. 세무사 상담비용 챙기고 기장료 챙기고, 내 인건비 제외하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정산하고 나면 남는 건 의문뿐

어차피 낼 세금이라면 깔끔하게 내는 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고지서만 나오면 마음이 편치 않다. 양도세나 증여세처럼 복잡한 세금 이슈까지 얽히면 나중에 법무사 수수료니 뭐니 나갈 돈도 많다던데, 사업이라는 게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분이다. 다음에 또 신고 기간이 오면 그때는 좀 덜 당황할 수 있을까. 매번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장사를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월급쟁이로 돌아가는 게 마음 편한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내일 또 가게 문 열고 카드 결제기 찍히는 소리 들으면 또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부가세라는 이름의 숙제는 늘 내 등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있다.

“월 매출 찍히는 거 보고 좋아했다가 부가세 고지서 보고 멍해졌다”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