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고지서를 앞에 두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느 날 우편함에 꽂힌 빳빳한 봉투를 열어보고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대충 훑어보고 책상 구석에 던져뒀을 텐데, 이번엔 달랐다. 평소보다 0 하나가 더 붙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 사업자를 낼 때만 해도 세무 대리라는 게 그냥 돈 좀 들여서 편하게 가려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내 매출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으니까. 홈택스에 들어가서 뚝딱뚝딱 하면 다 되는 줄 알았고, 사실 작년까지는 어떻게든 내가 직접 해서 큰 탈 없이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일반과세자로 전환되고 나서 챙겨야 할 서류들이 갑자기 두 배는 늘어난 것 같다. 복식부기의무자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며칠을 검색해 봐도 결론은 제자리
사람들이 말하는 ‘절세’라는 게 정말 가능한 건지 궁금해서 유튜브도 보고 카페도 들어가 봤다. 근데 보면 볼수록 더 머리가 아프다. 누군가는 세무사 상담 비용이 아깝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10만 원 아끼려다 100만 원 날린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가 참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이름 좀 알려진 곳들은 상담 비용만 해도 5만 원에서 10만 원을 우습게 불렀다. 상담을 예약하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바쁜 목소리로 ‘지금은 통화가 어려우니 나중에 다시 연락 달라’는 말을 듣고는 그냥 끊어버렸다. 상담 예약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문턱이 높은데, 나중에 진짜 세금 신고할 때 문제가 생기면 연락이나 제대로 닿을까 싶기도 했다. 4대보험 신고라든지 급여대장 작성 같은 자잘한 것들도 내 입장에서는 다 생소한데, 이걸 일일이 물어보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찜찜하고. 참 애매한 상황이다.
대면 상담보다 왠지 더 어렵게 느껴지는 비대면 서비스
요즘은 비대면으로 세무 처리를 해주는 플랫폼이 정말 많아졌다. 앱만 깔면 알아서 매출 매입 다 불러오고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고 광고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내 상황이랑 딱 맞는 케이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게 자동화된 시스템이라 편하긴 한데, 내가 놓치고 있는 공제 항목이 있는지 봐주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한번은 유명하다는 곳에 가입해 봤는데, 질문을 남겨도 돌아오는 대답은 뭔가 기계적이었다. ‘약관을 참조하세요’라거나 ‘기본 설정에 따릅니다’ 같은 말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내 사업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답답함만 쌓였다. 법무사 상담 비용도 생각보다 비싸서 주저하게 되는데 세무 쪽은 매달 나가는 수수료가 있으니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혼자서 다 하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결국 어제는 반나절을 붙잡고 앉아서 지난 1년간의 카드 내역이랑 세금계산서를 대조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또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 싶다가도, 그렇다고 남한테 다 맡기기엔 매달 나가는 세무 대리 비용이 아직은 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냥 마음 편하게 전문가한테 맡기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도 처음엔 다 나처럼 고민했겠지 싶다. 4대보험은 또 왜 이렇게 복잡한지, 직원을 한 명 더 써야 할지 고민되는 시점에 서 있는데 이런 부대 업무까지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본업인 사업에는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세무 관련 포럼을 읽다가 그냥 노트북을 덮었다. 뭐가 정답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딱히 정해진 정답이 없는 것 같아서 더 피곤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 같다. 꼼꼼하게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대략적으로 처리하고 가산세 나오면 내지 뭐, 하는 배짱 좋은 사람도 있다. 나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세무사에게 맡기는 비용은 단순히 계산을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고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불하는 ‘심리적 보험료’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 또 서류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번에도 내가 직접 할지 아니면 어디 괜찮은 곳을 찾아서 상담이라도 받아볼지 결정을 못 내렸다. 아마 내일도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또 엑셀 파일을 열고 있을 것 같다.

엑셀로 꾸역꾸역 하는 것도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 전문가에게 한 번만 상담받고는, 그 이후로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데 훨씬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 해결했었거든요.
복식부기 무렵은 정말 낯설고 부담되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복식부기’라는 단어 자체에 압도당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