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 날아온 안내문과 묘한 압박감
매년 5월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세청에서 안내문이 하나 날아왔는데, 이게 참 묘하다. ‘성실하게 신고하세요’라는 문구인데,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작년에는 혼자 홈택스에 들어가서 끙끙대며 숫자를 입력했다. 사업자등록증 낼 때만 해도 매출만 찍히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제 항목이 왜 이렇게 많은지.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내역은 그나마 다행인데, 현금으로 결제한 소소한 비품비나 식대 같은 것들을 분류하다 보면 이게 경비 처리가 되는 건지 마는 건지 헷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용 처리의 모호함과 불안한 마음
뉴스에서 유명인들이 세금 추징당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물론 그분들은 수십억 단위라 차원이 다르겠지만, ‘세법 해석의 차이’라는 말이 참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그냥 사무실 월세랑 인터넷 요금, 커피 머신 렌탈 비용 정도만 넣었는데도 이게 나중에 세무조사라도 나오면 문제가 될까 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다. 특히 업무 관련 지출이라고 생각해서 넣은 항목들이 혹여나 사적인 소비로 분류될까 봐 매번 증빙을 챙기는 것도 일이다. 얼마 전에는 거래처 식사 비용으로 5만 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이게 업무 연관성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몰라 그냥 일반 경비로 뭉뚱그려 넣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 다시 지우고를 반복했다.
세무사 사무실 문턱 넘기가 참 고민된다
지인들은 그냥 돈 조금 쓰더라도 세무사한테 맡기라고 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다. 보통 장부 기장료가 월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같은 영세 사업자한테는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 꽤나 크게 다가온다. 작년에 잠깐 아는 세무사 사무실에 무료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생각보다 사무실이 너무 붐비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상담 시간은 15분도 안 됐던 것 같은데, 결국 ‘맡기실 거면 연락 주세요’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그때 느꼈던 건데, 내 작은 사업장 규모를 세무사님이 과연 얼마나 꼼꼼하게 챙겨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작년 신고의 뼈아픈 실수
재작년 종합소득세 신고 때 실수로 매출을 누락할 뻔했던 기억이 있다.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시점에 발행한 세금계산서 하나를 빼먹은 거다. 다행히 신고 기간 끝나기 며칠 전에 국세청 알림을 보고 급하게 수정 신고를 했는데, 그때 가산세가 조금 붙어서 꽤나 속이 쓰렸다. 그 뒤로는 조그만 내역 하나하나 다 엑셀에 정리해두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귀찮아진다. 사업하는 시간보다 장부 정리하고 세금 계산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때면 현타가 온다.
결국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걸까
요즘은 그냥 마음 편하게 대리인을 쓸까 싶다가도, 또 막상 혼자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사실 요즘 세무 소프트웨어나 앱도 많이 나와서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다고는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쓴다고 해서 내가 세법을 다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결국 책임은 온전히 사업자인 내가 져야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이상, 불안함은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어제는 친구가 세무 대리인을 통해 부가세 절세 상담을 받았더니 생각보다 환급받는 금액이 커서 기분이 좋았다는 말을 하길래, 나도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막상 전화를 걸려고 하면 망설여진다. 뭔가 내 일상을 너무 많이 보여줘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수수료만 나가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5월에도 또 홈택스 앞에서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을 내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