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어디쯤에서 열린 재테크 행사
얼마 전 우연히 기사를 보다가 하나금융에서 주최한다는 머니쇼라는 행사를 알게 됐다. 평소에 자산관리니 뭐니 이런 거랑은 거리가 좀 멀게 살았는데, 최근에 부모님이 계신 서울 아파트 상속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좀 급해진 탓이다. 그냥 단순히 세금 얼마나 나오나 싶어 인터넷 검색만 하다가, 전문가들이 나와서 부동산 승계니 절세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기에 무작정 사전 예약을 했다. 사실 이런 곳은 상담료가 꽤 비쌀 것 같고, 가면 괜히 상품 가입하라고 압박을 줄 것 같아 걱정이 앞섰는데, 일단 아파트 한 채 상속받는 거 가지고도 세금 때문에 벌벌 떠는 내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다녀왔다.
부동산 세금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지만
행사장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대략 하루에 1,500명 정도가 몰렸다고 하는데, 다들 나랑 비슷한 고민을 안고 온 건지 생각보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부동산 절세 전략이랑 유언대용신탁 같은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게 또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다가도 돌아서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게 문제다. 은행 직원분이 나와서 상속세 관련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데, 솔직히 귀에 딱 박히는 건 ‘서울 아파트 공시지가가 올라서 세금 폭탄 맞을 수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뿐이었다. 그 옆에 있던 어떤 분은 코스피 만 포인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시는데, 나랑은 좀 먼 이야기 같아서 멍하니 듣기만 했다.
실질적인 컨설팅보다는 정보의 바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보험 보장 분석이나 투자 전략 상담 부스 같은 곳을 기웃거려 봤다. 근데 뭐랄까, 명확한 해답을 얻고 싶어서 갔는데 결국은 ‘우리 상품이 이래서 좋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상담 한 번 받으려면 대기 시간만 길고, 정작 내가 궁금한 ‘어떻게 하면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일까’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큰 틀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원론적인 조언이 주를 이뤘다. 물론 전문가들이니까 당연한 소리겠지만, 나처럼 세무서 세금 고지서 한 장에 마음 졸이는 사람한테는 조금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세금 문제라는 게 참 마음대로 안 된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팜플렛을 다시 봤다. 부동산 승계와 절세 전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집에 아파트 한 채 달랑 있는데, 이게 상속세 대상이 될지 안 될지 계산해보는 것부터가 일이다. 누구는 증여를 미리 하라 그러고, 누구는 그냥 그대로 두는 게 낫다 그러고. 확실한 건 이런 행사를 한 번 다녀왔다고 해서 내 세금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복잡한 세상이구나 하는 무력감만 더해진 것 같기도 하고. 결국은 나중에 진짜 상황이 닥치면 세무사를 따로 찾아가서 돈을 내고 물어보는 게 가장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이런 세미나 찾아다니며 시간을 쓴 건가 싶다가도,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지 않았나 싶고. 어쨌든 정답은 없는 것 같다.
